11 집 안에서 각자의 공간을 어떻게 둘까요?
한 사람이 작은방을 자기 서재로 쓰고 싶다고 합니다.
함께 늙어 간다는 것을, 우리는 어디까지 이야기해 두었을까요?
은퇴와 남은 돈, 달라지는 몸과 우리가 살 집, 자식과의 거리, 돌봄과 마지막 날까지 — 미루면 언젠가 남은 한 사람이 혼자 결정하게 됩니다.
가장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를, 아직 둘 다 건강한 지금 꺼내 봅니다.
같은 집, 긴 하루. 공간과 시간을 어떻게 나누는지에 두 사람의 거리감이 보여요.
한 사람이 작은방을 자기 서재로 쓰고 싶다고 합니다.
은퇴 뒤 하루 세 끼를 모두 집에서 먹게 되자 한 사람이 부엌에서 나오지 못합니다.
배우자가 하루 여섯 시간 넘게 TV 앞에 있는 것이 걱정됩니다.
한 사람은 매일 나가고, 다른 사람은 일주일 내내 집에만 있습니다.
코골이와 취침 시간 차이로 둘 다 몇 달째 잠을 설칩니다.
배우자가 저녁마다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이 걱정됩니다.
자식들이 떠난 집이 조용해 강아지를 들이자는 말이 나왔습니다.
종일 같은 집에 있지만 정작 하루에 나누는 말이 몇 마디 없습니다.
둘이 같이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습니다.
한 사람이 상의 없이 한 달짜리 해외여행을 예약하고 통보했습니다.